2월의 끝은 여행이지~
몇 주전부터 아내는 '공주'를 외쳤다. 일상을 떠나 여행을 간다는 건 때론 마약과 같다. 난방비와 대출이자 폭탄으로 긴축재정을 해야 하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행. 이마저도 고민했지만 그래도 여행없는 방학은 있을 수 없다는 일념!
공주는 2019년에도 다녀오긴 했다. 물론 우리 가족 중에서는 나 혼자. 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현장학습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거리도 150km남짓. 부담없이 떠났다. 수도권순환고속도로에서 평택제천고속도로를 경유해 서해안 고속도로로 가는데 역시 수도권순환고속도로에서 중동,장수,송내는 상습 정체구간...어쩔 수 없나보다. 아침일찍 나오지 않는 한.
출출할 때쯤, 1시경. 짜장면을 노래하는, 죽을때까지 짜장면을 많이 먹고 싶어서 오래 살고 싶다는 아들의 바램을 따라 중국집 맛집으로 점심을 골랐다.
역시 맛있는 곳에는 항상 있는 줄. 다행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기에 얼마 기다리지 않았다.
짜곱3, 고기짬뽕밥, 탕수육 대. 이렇게 시켰다가 잘 먹는 듯 하여 나중에 짜장면 하나를 추가로 시켰다. 대만족. 특히 짬뽕 국물맛은 최고. 불맛에다가 육개장 같은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외식을 하고 나면 입에서 느껴지는 텁텁함이 없는 것을 보니 조미료를 많이 쓰지 않는 것 같았고 중국음식을 먹을면 항상 속이 좋지 않았던 아내도 아무얘기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굿 초이스~ 게다가 짜장면 사랑 아들은 게임을 100시간 한 것보다 더 좋았다고 했으니 말 다했지 뭐 ㅎㅎ
배도 불렀겠다. 이제 좀 걸어볼까~
공주여행에서 좋은 점은 주차료와 관람료가 거의 없다는 것! 경주, 안동 모두 세계문화유산의 도시인데 유독 공주는 관람과 주차에 후하다는 것이 다르다. 감사합니다~ 공산성 바로 옆 소형주차장에 차 놓고 공산성으로 이동~
나홀로 정한 핫스팟. 3년전에 갔을때도 이곳에서 찍었었은데 감회가 조금 새롭네. 공산성은 웅진백제시기를 대표하는 왕성으로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이다. 해발110m로 높지 않은 산에 능선과 계곡을 둘러쌓은 성이다. 백제시대에는 토성이었다가 조선시대 선조이후에 석성으로 개축되었다. 성의 길이는 총2.6km정도 되는데 우리는 한 4분의 1정도만 거닐었다.
매 정시마다 해설이 있다는데 이번에는 그냥 둘러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해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공산성 서쪽문인 금서루에서 내려다 본 공주 시내. 사진 왼쪽에는 무령왕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무령왕이시여 기다리소서. 곧 보러갈께요~
걷다보면 이런 고목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최소 600살은 넘었을 듯. 바람이 세서 살짝 추웠지만 그 덕분에 날은 아주 맑았다.
하늘에 다다를 듯. 산성 외곽을 따라 올라가면.
공주를 감싸고 있는 금강과 공주 시내를 볼 수 있다. 확 트인 느낌. 고층 건물 없는 이 느낌 정말 좋다.
우리는 저 밑으로 내려가려 한다. 저기에는 성 안에 백성들이 사는 곳 등 건물들이 있었겠지?
생각했던대로 왕궁 부속건물지등 왕족과 백제인들의 삶을 엿볼수있는 옛터들이다.
금강에서 얼음을 가져와 저장해 놓았다가 여름에 썼다고 하는 냉장고. 선인들의 지혜.
이곳은 연지와 만하루인데, 연못과 정자를 말한다. 물이 귀해 이곳에 물을 담아놓고 배수로를 만들어 썼다고 한다. 원래는 영은사라는 사찰옆에 있었는데 조선시대때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계단식으로 되어있고 밑으로 길이가 12m가 된다 하니 담수 용량이 꽤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아들은 만하루에서 금강을 바라보다가 저어새를 발견했다면서 확대사진으로 찍어봤다. 관찰력 대단한 아들. 네가 커서 뭐가 될지 기대가 되는구나.
조금 짧은 관람으로 아쉬워서 내려오면서 한 컷. 그래도 좀 걸었으니 후식타임. 공주는 밤이지~
요렇게 내려와서 바로 건널목만 건너면 밤빵 맛집. 베이커리 밤 마을이 있다.
이번이 세번째 방문! 바로 옆으로 옮겼다. 옮긴지 얼마 안 됐는지 페인트 냄세가 났다. 아~ 빵냄세와 밤냄세가 어우러져 행복하다.
2층에도 테이블이 있어 공산성을 마주 보며 밤라떼와 밤파이, 밤크림치즈타르트, 밤마카롱. 온통 밤식품으로 도배 ㅋㅋ
맛있다. 집에 가면서 밤팡도르를 사가려했는데 시간이 없어 못들린게 아쉽다.
두 번째 여행지는 무령왕릉과 왕릉원. 공주에 오면 빼 놓을 수 없는 곳. 삼국시대에서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오늘 처음 알았네.. 하기야 경주의 수많은 무덤들을 봐도 나이와 신분을 추측만 할 뿐이지 어떤 왕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쉬운 것은 예전 발굴 영상과 기록, 사진으로만 왕릉을 볼 수 있다는 사실 ㅜㅜ. 내가 어렸을 때는 들어가 보았던 것 같은데 90년대 초반이었으니까 가능했겠지.
그래도 영상이나 멀티미디어 자료 등의 자료를 통해 아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는 것 같았다. 진품들은 모두 국립공주박물관에~ 내일 보러가야지!
아직 발굴조사를 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무령왕릉처럼 콩 볶아 먹듯 하는 발굴은 없어져야지. 추가 발굴을 통해 백제의 역사가 더 상세히 드러날 수 있다면 좋겠다.
나오는 길이 해질녘이어서 춥기도 했는데 근처에 온천이 있다고 해서 의견을 물었더니 다들 좋다고 했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 금강온천. 여기 모텔 투숙객은 온천이 무료라고 하는데 온천 가격은 꽤 비싸다. 어른이야 그렇다고 치는데 초등생부터 어른요금을 받는 건 조금....그래도 다행히 아주머니가 회원요금으로 해주셔서 9천원씩 다섯명 결제. 7시반까지라고 해서 1시간 조금 넘게 충분히 담구고 사우나에 씻고 나왔다. 몸이 확 풀리는 느낌이어서 대만족!!
저녁을 먹어야지~ 보통 우리가족의 여행에서 몇끼의 식사는 숙소에서 간단하게 준비하여 먹었는데 이번 여행은 그냥 다 사먹기로 했다. 힘들어서. 그래서 휴양림 들어가는 길에 '새벽옛날통닭'에서 옛날 통닭과 닭똥집으로 사서 숙소에서 먹었다. 그래도 배고프다고 난리..밥 먹을 때 많이 먹지는. 다행히 집에서 싸온 주전부리로 배를 채웠다.
사다리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방이 있는데 누우면 창문을 통해 맑은 하늘과 초롱초롱한 별들을 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사다리가 접힌다는 사실! 아이들 올려놓고 가두면 된다~ ㅎㅎㅎㅎ 아 좋은데~
뜨끈뜨끈하게 잘 자고 주변을 둘러보려 했지만 역시나 아이들의 나무늘보 모드로 인해 콘프레이크로 아침을 떼우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휴양림 숙소는 산과 인접한 곳에 있기 때문에 산책로가 잘 되어있다. 다음에 또 오면 꼭 산책을 해 볼 생각이다.
오늘 아침은 꽤 춥다. 그래도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받는게 낫지. 미세먼지 없고 추운게 나아.
공주제일교회. 기독교박물관도 있다고 해서 와봤다. 10시가 입장이라 아직 20분 정도 남아서 바깥만 둘러보았다.
1902년에 공주에서 첫 교회가 세워진 후 여러곳에서 예배하다 현재의 장소에 자리잡게 되었다. 3.1만세운동 민족대표 중 한 사람인 신흥식 목사가 담임목사로 설교한 곳, 유관순 열사가 어린시절에 성도로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 초기 교회 건축의 특징인 고딕양식의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런데. 오전에는 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의미와 장소탐방에만 의의를 두고 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내부를 꼭 보고 싶었는데...다음기회에~
아. 여유로움이 정말 좋다. 널찍하고 붐비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기획전시나 상설전시보다 어린이 체험실이 우선!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열어야 차근차근 관람할 수 있을테니까. 왕비의 팔찌는 무게가 166kg이나 된다는데. 물론 죽을 때 같이 묻을려고 이렇게 만든거라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 죽어서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검이불누 화이불치'라 했는데 신라에 비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바로 옆, 기획전시실에 '백제 귀엣-고리' 특별전에 갔다. 입구에 세워져 있는 배너의 이벤트. qr코드를 찍으니 문제가 쫘르륵. 아이들은 문제 맞추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이게 뭐라고 ㅎㅎ 문제가 적지 않아서 꽤 공부가 되었다. 동기부여로 최곤데? 자칫 눈으로만 쓰윽 보고 지날갈 수 있는 시간을 알차게 채운 느낌이었다. 괜찮네. 이런 이벤트~ 쪼아요!
이게 무령왕릉에서 나온 무령왕 귀걸이 실물!
상설전시실로 이동. 백제를 찬찬히 들여다보자. 6학년이 되는 첫째는 역사를 좋아하고 새로운 지식습득을 즐기는 편이라 스스로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적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더 대단.
빠른 에미 덕에 우리 아이들은 전시실 관람 도중 디지털 실감 영상관에 가서 8분짜리 영상을 보고 나왔다. 사방으로 펼쳐진 화면에 무령왕릉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전시관람 도중 영상을 보았던 것이 이후 관람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굿!
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 박물관이라 해도 놀랍지 않다. 무령왕릉을 제외한 모든 무덤은 일본인들이 도굴해 갔으니 말이다. 그러니 추가 발굴로 백제의 무덤과 유물이 발견되길 바랄뿐이다. 위 사진은 무령왕릉의 입구 앞에서 무덤을 바라보았을 때를 재현해 놓은 것이다. 지진으로 인해서 무덤이 손상되었을 뿐이지 무덤안은 불을 켜놓아 무산소상태가 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발굴 당시 불에 탄 심지가 있었다고 했다. 입구에 막혀있던 돌들을 빼냄과 동시에 산소가 들어가니 유물들의 상태가 바로 변해버리더라는 당시 발굴당사자의 증언영상도 있었다. 또 다시 선조들의 지혜에 놀랄뿐이다.
전시실 앞에 AI가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봤던 애랑 같은.
AI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다니며 듣는 아이들. 제법 설명을 잘 해주었던지 해설사가 할 때보다 집중하며 잘 들었다. 설명을 다 듣고는 실물을 한 번 보고 관람 끝.
나오면 어김없이 기다리는 기념품 샵. 딸들은 하나씩 득템. 아들은 어차피 안 살꺼. 45만원하는 금관장식 같은걸 사주면 사고 안사겠다고 ㅎㅎ
바로 옆에 충청권역 수장고가 있었으나 아이들의 집중도를 고려하여 밖으로 나왔다. 사실 배가 너무 고팠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기에.
아. 다시 군침이....공주산성시장. '시골집' 순대국밥. 시장에선 국밥이지~
아이들 남긴 것까지 클리어하고 가느라 엄마와 아이들은 간식 사먹으로 나가고 나 혼자 여유있게 먹었다 ㅎㅎ
나는 바로 차로 가서 기다렸다. 조금 있다가 호떡, 뻥뛰기, 닭강정 등 잔뜩 입을 오물거리면서 걸어왔다. 들어갈 배가 있나 싶었다.
공주 안녕~ 다음에 또 올께.
나즈막하고 고요한 공주. 그러고보니 여기 충청도네. 왠지 충청도에 공주 잘 어울림.
올라오는 길에 바로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국도를 타면서 천안 쪽에서 호도과자를 사왔다. 가는 길이니까~
여행은 마약과도 같다. 다녀왔는데 또 가고 싶고 다녀온 곳이 생각난다.
깨달음이 있고 재미도 있고 맛도 있다.
어찌 여행을 가지 않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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