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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와 패배

글 나눔

by 조사 이재호 2021. 8. 2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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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언제나 짜릿하다. 모두에게 환호와 기쁨을 가져다 준다.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나의 어릴 적 체육시간은 어땠을까. 운동을 그리 잘 하지 못했던 나는 체육시간이 즐겁지만은 않았다. 매트운동, 마루운동, 평행봉, 줄넘기, 물구나무서기, 배구, 농구 등 이외에도 많은 종목들이 있었지만 항상 기대보다는 긴장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긴장의 가장 큰 이유는 테스트였다. 테스트를 한다는 사실이 나를 항상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비록 한 학기에 두 번 하는 테스트였지만.

 

지금은 많이 다르다. 일주일 중의 딱 한 시간. 체육시간. 오늘은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궁금해하며 아침부터 물어댄다. 한 학기 아니 일년내내 테스트는 없다. 그저 승패만 있을 뿐. 거의 팀대항으로 진행된다. 매주 마다 다른 활동에 새로운 팀을 구성하여 진행한다. 이게 뭐라고. 거의 목숨을 걸고 한다. 지는 팀은 나라를 잃은 표정이다. 때로는 울기도 한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컸겠지.

 

가끔 무승부로 끝날 때가 있어 평온하게 체육시간을 마무리 하게 될 때도 있는데 대부분은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된다. 승리와 패배는 각각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꼭 승리를 해야만 하는걸까. 누구나 이기고 싶을게다. 하지만 아쉽게도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나는 항상 이야기한다. 승리를 하면 좋겠지만 못하더라도 즐겁게 하는게 더 중요하지 않겠냐고.. 아이들은 고개를 끄떡이긴 하지만 활동에 들어가면 즐긴다는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처럼 정말 악을 쓰고 한다.

 

어찌보면 나에게 테스트는 이 아이들에게 경쟁의 결과와 같지 않았을까. 테스트는 없지만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와 불안이 있었을 법도 하다. 운동을 잘 하는 아이가 우리편이 되거나 내가 잘 하는 활동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면 자신의 팀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누구나 승리자가 되고 싶어한다. 패배자가 되고 싶어 무언가에 도전하거나 경쟁에 뛰어 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생겼다. 승자와 패자는 언제부터 구분하게 되었을까? 승자와 패자를 꼭 구분해야 하는 걸까? 승자는 무엇을 얻고 패자는 무엇을 잃게 되는 것일까? 패자는 얻는 것이 전혀 없을까? 여러 가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기준 혹은 프레임이 우리를 숭자와 패자, 주류와 비주류, 선진국과 후진국이라는 틀 속에 가둬 놓는다. 이런 꼬리표들은 어떤 사람 또는 집단의 정체감에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것은 과연 정당한가? 우리는 왜 스스로 올무에 걸린 사람들처럼 살고 있을까?

 

성공했다, 이겼다, 달성했다...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지금 쓰기에 아주 적절하다.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가 쏟은 마음, 열정, 생각, 노력 등은 단지 수치나 종이 한 장 정도의 보고서로 표현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더 있다. 그것들을 우리는 너무 간단하게 딱 잘라 한 마디로 규정된 단어를 내뱉고는 한다.

 

성공자는 없다. 성취자가 있을 뿐.

누군가를 떨어뜨리고 비교하며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는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와 결핍을 딛고 무언가를 해낸 뿌듯함을 느끼는 승리라면 승리자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이런 승리자가 되고 싶다. 부단히 더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이런 승리자가 되도록 가르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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