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그 분이 나를 혼내지는 않았지만 나 스스로 부끄럽고 미안하고 반성하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어제 우리 학교의 모태가 된 본교인 금산 사사학교에서 전체 교육 컨텐츠를 연구하고 기획하시는 대표 선생님께서 오셔서 우리 선생님들에게 강의를 해주시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먼저는 현재 한국과 세계 교육의 방향성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예를 들면, 우리나랑 입시시험인 수능이 학생의 어떤 능력을 평가하고 있는지, 대학에서 어떤 A+를 받는 학생은 어떤 능력에 대한 보상인지, 세계 여러나라의 대학입시 문제는 어떤 형식인지 등-와 이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본질과 방향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까에 대한 부분을 나눠주셨고 실제 현장에서 겪는 학습이나 관계등의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을 울리고 있는 단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과 ‘기다림’이다. 우리는 3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았다. 이성과 돈(자본) 그리고 기술(전문성)이 중요한 사회였다. 그래서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표준화(일반화)를 잘 되어 있는 것을 최고로 여겼다. 그런 삶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고 그렇게 살아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것 같다. 좋은 학군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을 간다. 대학은 졸업생들을 전문적인 자격을 취득하여 일류기업에 취업시키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는 것처럼 보였다.
운 좋게 대학에는 들어갔지만 대학은 나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아니면 내가 답을 찾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를 누리느라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있었으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했고 사회에 진출하려고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여차저차해서 취업은 했다. 그러나 3년 후부터 나의 적성, 진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다시 시작되었다. 결국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하고 코칭과 상담 쪽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10대 때 해야 할 고민과 시행착오를 서른이 다 되어서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왔고 우리가 살아왔고 윗세대가 살았던 방식과는 아주 달랐다. 이성이 아닌 감성, 기술과 자본이 아닌 창의성, 시스템이 아닌 특성화, 표준화가 아닌 자율적 능력 등 예측이 되지 않고 빠르게 변하는 트랜드의 시대다. 시대가 달라지면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있었던 디지털 세대는 삐삐도 없었던 아날로그 세대를 살았던 우리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댜음세대들을 예전과 같은 프레임으로 이끌어가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여전히 구태의연한 모습들이 많이 있다.
교사이지만 이전에 부모인 나 또한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내 경험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릴 때가 많다. 그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시대에 살았던 우리가 예측불허의 시대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전의 사고방식으로 다가갔을 때 과연 울림이 있을까. 과거의 틀에만 갇혀 있지 않다면 과거의 지혜가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지 않는가?
너무 많은 의무와 규칙을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방식이 맞다고 고집하고 있지는 않는가?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원하는 아이로 만들려 하지 않는가?
좋은 음식, 지식, 말씀이라고 너무 주입하지 않았나?
옳고 그름의 패러다임으로만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나?
많은 질문들이 가슴을 계속 치고 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여유와 여지를 가지고 기다려 주어야겠다.
공감과 울림이 있는 교실에 되었으면 좋겠다.